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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을 벤처텔링] IR을 많이 한 회사와 투자유치를 잘하는 회사는 왜 다른가

IR을 발표로 착각하는 것은 투자를 받지 못하는 지름길

임병을 · 넥스트그로스 대표 | 기사입력 2026/05/06 [08:10]

[임병을 벤처텔링] IR을 많이 한 회사와 투자유치를 잘하는 회사는 왜 다른가

IR을 발표로 착각하는 것은 투자를 받지 못하는 지름길
임병을 · 넥스트그로스 대표 | 입력 : 2026/05/06 [08:10]

▲ IR은 발표가 아니라, 심층적인 투자자와의 대화, 검토 과정이다. 이미지 생성: 챗GPT    

 

[임병을 · 넥스트그로스 대표] 데모데이 발표 경험이 많고, IR 피칭 대회 수상 이력도 있고, 발표자료도 그럴듯한데 정작 투자유치는 잘 안 되는 회사들이 있다. 반대로 외부 노출은 많지 않아도 투자자와의 미팅이 이어지고, 후속 검토가 붙고, 실제 계약까지 가는 회사도 있다. 이 차이는 발표를 많이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IR을 무엇이라고 이해하고 있느냐의 문제다.

 

아직도 적지 않은 스타트업이 IR을 ‘잘하는 발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디자인이 세련된 장표, 대표의 유창한 말솜씨, 회사의 기술 우수성을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물론 그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투자자는 발표를 보러 오는 사람이 아니라 투자수익의 가능성을 검토하러 오는 사람이다. 발표가 매끄럽다는 이유로 투자를 결정하지 않는다. 그 회사가 어떤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속도로, 얼마나 재현 가능한 성과를 만들 수 있는지를 보고 판단한다.

 

필자가 여러 기업의 IR 자료를 보다 보면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약점이 있다. 대표 소개는 길고, 기술 설명은 화려한데, 정작 투자자가 궁금해하는 대목은 짧다. “그래서 돈은 어떻게 버는가”, “고객은 이미 있는가”, “CAC(고객획득비용)와 LTV(고객생애가치)는 어떻게 보느냐”, “이번 라운드 자금으로 무엇이 달라지는가”, “다음 라운드 또는 회수 가능성은 어디에 있는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약하다. 이런 자료는 발표를 마치면 박수는 받을 수 있어도, 후속 미팅으로는 이어지기 어렵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두 회사를 본 적이 있다. A사는 대표의 이력도 좋았고 기술 설명도 훌륭했다. 하지만 발표 대부분이 “우리가 왜 뛰어난가”에 머물렀다. 반면 B사는 시작부터 달랐다. 고객이 겪는 문제를 먼저 설명했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사 제품이 왜 필수인지, 이미 어떤 고객군에서 어떤 반응이 나왔는지, 그리고 이번 투자금이 들어오면 매출 구조가 어떻게 확대되는지를 차례대로 보여줬다. A사는 회사의 언어로 말했고, B사는 투자자의 언어로 말했다. 현장에서는 이런 차이가 의외로 크게 벌어진다.

 

또 하나 중요한 차이는 후속 커뮤니케이션이다. 많은 대표가 IR 행사를 한 번의 승부로 생각한다. 발표 직후 반응이 뜨겁지 않으면 “우리 회사가 아직 덜 알려졌나 보다”라고 여긴다. 그러나 실제 투자유치는 대부분 발표장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발표 이후 자료 보완, 추가 질의 대응, 고객자료 제출, 재무 가정 설명, 실사 대응, 관계 형성 과정에서 갈린다. 그래서 IR은 발표가 아니라 시작이다. 한 번의 피칭으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라, 투자자의 의문을 하나씩 해소해가는 긴 대화에 가깝다.

 

투자유치를 잘하는 회사는 보통 세 가지를 안다. 첫째, IR의 주인공은 회사가 아니라 투자자라는 점이다. 둘째, 기술의 우수성만으로는 부족하고 사업의 증명 방식까지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발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발표 이후라는 점이다. 결국 투자자는 완성된 회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줄여가는 팀을 찾는다.

 

스타트업이 IR을 많이 했는데도 투자가 안 붙는다면, 발표 횟수를 늘릴 것이 아니라 질문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왜 좋은 회사인가”가 아니라 “투자자는 왜 지금 우리에게 돈을 넣어야 하는가”를 묻는 편이 낫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IR은 행사 실적이 아니라 투자유치의 출발점이 된다.

 

▲ 임병을ㆍ넥스트그로스 대표    

 <기고 필자 의견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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