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학 혁신전략] 나폴레옹과 스티브 잡스에게서 배우는 혁신전략미지의 길을 개척하는 '전략적 직관'의 가치
[심성학 ∙ 경영학박사] 우리는 매일 아침 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잠을 깨고, 출근길에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추천해 주는 음악을 듣는다. 가끔은 생성형 AI에게 업무 기획안의 뼈대를 잡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이제 AI는 일상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인간에 대해 묻게 된다.
"AI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가?", "어떤 역량을 길러야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데이터와 논리, 연산 속도에서 인간이 AI를 이길 방법은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모든 데이터가 평평해지고 상향 평준화되는 이 시점에, 오직 인간만이 발휘할 수 있는 궁극의 무기가 존재한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툴롱 전투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포를 다루는 새로운 이론을 발명한 것이 아니라, 역사 속 전쟁사 기법들과 당시 가용한 포병 기술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해 낸 전략적 직관이 있었다(Duggan, 2007).
현대의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그가 세상에 없던 기술을 발명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존재하던 터치스크린, MP3 플레이어, 인터넷 통신 기능을 하나의 기기에 '연결'한 것뿐이다. 이러한 창의적 재조합은 거대한 데이터 플러그를 꽂는다고 해서 자동으로 도출되는 결과물이 아니다.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영역, 혹은 완전히 무관해 보이는 두 영역을 감정적·철학적 맥락으로 융합해 내는 것은 오직 인간의 뇌 안에서만 가능하다. AI 시대가 도래할수록 데이터 분석을 통한 '전략적 기획'보다, 미지의 길을 개척하는 '전략적 직관'의 가치가 극대화되는 이유다.
세 가지 직관, 그리고 '제7의 감각’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윌리엄 더건 교수는 그의 저서 《전략적 직관》에서 직관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Duggan, 2007). 첫째는 본능적인 느낌이나 육감에 의존하는 '평범한 직관'이다. 이는 논리적 근거가 부족해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쓰이기에는 위험성이 크다.
둘째는 테니스 선수가 날아오는 공을 보고 몸을 움직이거나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보고 즉각 병명을 알아차리는 '전문가 직관'이다. 이는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제시한 '블링크(Blink)'의 개념과도 유사하며, 수많은 반복 훈련을 통해 뇌에 각인된 패턴 인식의 결과이다(Gladwell, 2005). 흥미로운 점은 AI가 가장 잘 모방하고 뛰어넘을 수 있는 영역이 바로 이 '전문가 직관'이다.
세 번째 유형인 '전략적 직관'은 전혀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그는 이를 오랫동안 고민하던 문제를 한순간에 해결해 주는 '섬광 같은 통찰력'이자 '제7의 감각'이라고 정의하였다. 전문가 직관이 과거에 겪었던 익숙한 상황에서 '빠르게' 작동하는 반면, 전략적 직관은 전례가 없고 모호한 새로운 상황에서 '서서히' 일어난다.
우리가 샤워를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침대에 누워 멍하니 있을 때 문득 떠오르는 "아하!" 모멘트가 바로 전략적 직관의 순간이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인간의 뇌 속 지능적 메모리에 저장되어 있던 이질적인 기억 파편들과 타 분야의 지식이 무의식 속에서 재조합되어 완전히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AI가 넘볼 수 없는 전략적 직관 AI는 쉬지 않고 연산하지만, 인간은 멈추어야 비로소 통찰이 시작된다. 수많은 정보와 데이터에 매몰되어 있을 때 우리의 뇌는 새로운 연결을 만들지 못한다. 하루 중 일정 시간은 완전히 연결을 끊고 뇌를 쉬게 해주는 여백을 확보해야 한다. 편안하게 이완된 상태에서 비로소 무의식 속 지식 파편들이 충돌하며 섬광 같은 통찰을 만들어낸다.
전략적 직관의 원재료는 뇌 속 지능적 메모리에 저장된 소스들이다. 자신의 전공이나 업계에만 갇혀 있지 말고 예술, 역사, 철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흡수해야 한다. 다양한 재료가 뇌에 들어가 있을 때, 생각지도 못한 비즈니스 기회와 연결될 확률이 높아진다.
비즈니스의 영토를 확장하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힘은 결국 숫자가 아닌 인간의 내면에서 나온다.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서 우리가 붙잡아야 할 키(Key)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낯선 것들을 연결해 내는 인간 고유의 전략적 직관을 믿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다.
<참고 자료> Duggan, W. (2007). Strategic intuition: The creative spark in human achievement. Columbia University Press.
Gladwell, M. (2005). Blink: The power of thinking without thinking. Little, Brown and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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