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뉴스

[임병을 벤처텔링] 정부지원 사업이 많은 해일수록 스타트업이 더 위험해지는 이유

지원 확대의 이면, 과제 중심 기업으로 변질되는 구조적 함정

임병을 · 넥스트그로스 대표 | 기사입력 2026/04/27 [20:30]

[임병을 벤처텔링] 정부지원 사업이 많은 해일수록 스타트업이 더 위험해지는 이유

지원 확대의 이면, 과제 중심 기업으로 변질되는 구조적 함정
임병을 · 넥스트그로스 대표 | 입력 : 2026/04/27 [20:30]

 

▲ 정부지원금이라는 링거에 의존하는 기업들.  이미지 생성: 챗GPT    

 

[임병을 · 넥스트그로스 대표] 올해도 창업기업에게 정부지원 사업이 늘어난다는 소식이 들렸고, 이미 상당수의 지원사업들이 접수 및 선정 시즌이 마무리되었다. 희비가 교차되는 이 시즌, 정부시원사업에 기대는 기업들을 위해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정부사업의 증가는 얼핏 스타트업에게 반가운 뉴스처럼 들린다. 실제로 창업 초기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와 개발비, 실증비용, 마케팅 비용 일부를 외부 재원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숨통이 트인다. 문제는 지원사업이 많아질수록 기업이 더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업의 본질을 놓칠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는 데 있다.

 

필자가 현장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다. 어떤 기업은 1년 내내 정부지원 과제를 준비하고, 선정되고, 결과보고서를 쓰느라 바쁘다. 외부에서 보면 매우 열심히 움직이는 회사다. 대표는 늘 바쁘고, 팀은 각종 사업계획서와 발표자료를 만들며 분주하다.

 

실제로 작년부터 소통하던 한 기업 대표 역시 올초에 만나기도 힘들고 약속도 수시로 변경되었다. 정부사업 신청 시즌이라 사업계획서 쓰느라 바빴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주요 사업 신청과 선정이 마무리되었으니 시간이 다시 좀 생긴다며 투자 검토 또는 투자유치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검토를 하거나 투자유치를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 투자가 아닌 정부지원사업을 자기 사업화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정부지원 사업은 사업의 출발을 도와줄 수는 있지만, 사업 자체를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원사업이 많아지는 시기에는 일부 스타트업이 이를 착각한다. 시장에서 고객을 확보하고 제품을 팔아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고객보다 정부의 행정 중심 평가 언어에 익숙해진다.

 

제품 설명은 고객의 문제를 푸는 방식이 아니라 과제의 정량 목표를 맞추는 방식으로 바뀌고, 조직 운영도 매출 중심이 아니라 선정 중심으로 굴러가기 시작한다. 그 순간부터 회사는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사업에 최적화된 조직이 되어간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구조가 투자유치 단계에서 드러난다는 점이다. 투자자는 지원금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초기 기술 검증과 실증 기회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가 진짜 보고 싶은 것은 지원금 수령 실적이 아니라, 그 자금을 활용해 시장성과 수익성으로 연결한 흔적이다.

 

지원금 3억 원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3억 원으로 어떤 고객을 확보했고 어떤 제품을 고도화했으며 어떤 매출 구조를 만들었는가다. 이 연결고리가 약하면 지원 실적은 강점이 아니라 오히려 “아직 시장 검증이 덜 된 회사”라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비슷한 시기에 만난 두 기업이 있었다. A사는 여러 정부지원 사업에 연속 선정된 이력이 있었고, 발표자료도 매우 정교했다. 반면 B사는 지원금 규모는 더 작았지만, 특정 고객군을 상대로 반복 납품 구조를 만들고 있었다.

 

A사는 “우리는 이미 여러 기관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 인정이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가 보이지 않았다. 반대로 B사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고객이 왜 다시 사는지, 마진 구조가 왜 개선되는지, 향후 어떤 확장이 가능한지를 비교적 명확히 설명했다. 결국 시장은 냉정하다. 평가위원의 선택과 고객의 결제는 전혀 다른 문제다.

 

정부지원 사업이 많은 해일수록 스타트업이 반드시 점검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지원사업이 우리 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지, 아니면 지원사업 자체가 일이 되어버렸는지 봐야 한다.

 

둘째, 과제 종료 후에도 남는 자산이 무엇인지 점검해야 한다. 기술, 고객, 데이터, 레퍼런스, 유통채널 중 적어도 하나는 확실히 남아야 한다.

 

셋째, 모든 과제를 “이 과제가 우리를 투자 가능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으로 다시 봐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그 과제는 돈이 되어도 자산은 아닐 수 있다.

 

정부지원이 많은 해는 창업기업에게 기회의 해가 될 수도 있다. 다만 그 기회는 준비된 기업에게만 그렇다. 지원금을 잘 받는 회사가 아니라, 지원금을 시장성과 투자매력으로 번역할 수 있는 회사가 결국 살아남는다.

 

정부지원은 연료일 뿐 엔진이 아니다. 엔진은 여전히 고객과 매출, 그리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 임병을ㆍ넥스트그로스 대표    

 

<기고 필자 의견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기사 좋아요
창업 지원 관련기사목록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