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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오정환 변호사, 10년을 믿은 직원이 3억을 빼돌렸다

중소기업 직원 횡령, 발견 이후가 더 중요한 이유

오정환 ∙ 변호사 | 기사입력 2026/04/22 [21:10]

[법률칼럼] 오정환 변호사, 10년을 믿은 직원이 3억을 빼돌렸다

중소기업 직원 횡령, 발견 이후가 더 중요한 이유
오정환 ∙ 변호사 | 입력 : 2026/04/22 [21:10]

 

▲ 이미지 생성: 챗GPT    

 

[오정환∙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중소기업 대표에게 직원에 대한 신뢰는 경영의 바탕이다. 인력 규모가 크지 않은 조직일수록 한 사람에게 여러 업무를 맡길 수밖에 없고, 그 구조는 자연스럽게 특정 직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 특히 자금과 회계 업무는 그 성격상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이 집중이 오랜 근속과 결합되면, 내부 통제는 점차 느슨해 지고 대표의 시선에서 숫자는 멀어진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직원 횡령은 시작된다.

 

실제 법원에서 다투어지는 중소기업 횡령 사건은 몇 가지 유사한 구조를 공유한다. 재무 담당 직원이 단독으로 법인 계좌와 법인카드를 관리한다. 대표는 자금 집행의 결과만 보고받을 뿐, 세부 내역을 직접 확인하지 않는다.

 

직원은 소액으로 시작해, 점차 금액과 빈도를 늘린다. 한두 번 적발되지 않으면, 그 행위는 수십 회, 수백 회로 반복된다.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 3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50회 이상 개인 계좌로 이체한 사례도 법정에서 다루어진 바 있다. 대표가 이상 징후를 감지했을 때, 이미 누적된 피해는 단기간 내 회복이 어려운 수준이 된다.

 

문제는 이후의 대응이다. 많은 경영자가 직원 횡령을 발견했을 때 가장 먼저 형사 고소를 떠올린다. 물론 형사 절차는 필요하다. 업무상 횡령은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대 범죄다. 그러나 형사 처벌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빼돌려진 자금이 자동으로 회수되지는 않는다. 돈을 되찾으려면 별도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 두 절차는 시간의 흐름과 증거 구조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 처음부터 병행 전략으로 설계되어야 실효를 거둔다.

 

민사에서 배상을 받기 위해 입증해야 할 핵심은 세 가지다. 해당 직원이 자금을 관리·처리하는 지위에 있었다는 점, 그 지위를 이용해 자금을 고의로 유용했다는 점, 그리고 그 행위로 인해 회사에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 입증의 성패는 증거 확보의 타이밍에 달려 있다. 법인 계좌 거래 내역, 법인카드 사용 내역, 내부 회계 문서, 해당 직원의 단말기 접속 기록, 인증 절차의 이력 등 모든 자료가 사건 인지 직후 신속하게 확보되어야 한다. 조치가 지체되면 자료가 삭제되거나 훼손될 위험이 있고, 직원이 이미 자산을 은닉·소비한 경우에는 승소 판결을 받아도 실제 회수가 어려워진다.

 

여기서 간과되는 또 하나의 변수가 신뢰 관계다. 법원은 가해자와 피해 회사 사이의 관계도 양형과 손해 판단의 중요한 요소로 본다. 장기 근속자가 쌓아온 신뢰를 악용해 계획적·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은, 행위의 중대성을 가중시키는 사정으로 평가된다. 이런 맥락을 법리적으로 구성해 주장하는 것과, 단순히 "돈을 돌려달라"고 청구하는 것은 결과가 다르다.

 

한편, 사건이 터지기 전에 점검해 두어야 할 것들도 있다. 자금 집행의 이중 결재 구조, 정기적인 외부 감사, 법인카드 사용 내역의 월별 크로스체크, 계좌 접근 권한의 분산 — 이런 장치들은 거창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아니다. 대표가 한 달에 한 번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횡령은 조기에 차단된다.

 

직원을 의심하며 경영하라는 말이 아니다. 신뢰는 여전히 경영의 근간이다. 다만 그 신뢰는 구조로 뒷받침되어야 지속 가능하다. 개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신뢰는, 어느 순간 기업 전체의 생존을 흔드는 약점이 된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의 대응은 필연적으로 법률의 영역이지만,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은 여전히 경영의 영역이다.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법률 자문은, 언제나 사건이 터지기 전에 이루어진다.

 

▲ 오정환 ∙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 現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 前 김∙장 법률사무소

- 前 육군법무관(특수전사령부)

- 사법연수원 제47기 수료 (사법연수원장상 수상)

- 제57회 사법시험 합격 

-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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