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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헌 금융칼럼] 집 소유는 자유지만, 시장은 통제된다

지금 부동산 정책의 진짜 방향

최병헌ㆍ경영학박사 | 기사입력 2026/04/10 [00:00]

[최병헌 금융칼럼] 집 소유는 자유지만, 시장은 통제된다

지금 부동산 정책의 진짜 방향
최병헌ㆍ경영학박사 | 입력 : 2026/04/10 [00:00]

[최병헌ㆍ경영학박사]  3·1절 메시지, 그리고 부동산 시장에 던진 신호

이재명 대통령은 2026.03.01. 싱가포르 순방중에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집을 사고 파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이익·손실이 되게 할지는 정부가 정한다고 말했다.

 

이 한 문장은 단순한 발언이 아니다부동산 시장 전체에 던진 강력한 정책 시그널이다. 또한, 이 대통령은 다주택이나 투기·투자용 주택 매도가 도덕적 의무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정부 실패·방임을 믿으며 이익을 취해온 그들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지 않고 피해를 회피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는 도덕적 권고도, 협조 요청도 아니다. 버티면 손해 보게 만들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3월 1일 SNS 게시글. 부동산 시장에서 개인의 선택과 정책 영향 간 관계를 언급한 내용이 담겨 있다. 출처: X(트위터)    

 

프레임의 변화: 투기 책임은 누구인가

이날 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다주택이거나 비()거주라는 이유로 정치인들에게 팔아라 사지 말라 강요할 필요는 없다"며, "집을 사 모으는 사람, 팔지 않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사는 것이 이익이 되도록 정부가 세금·금융·규제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메시지의 핵심은 명확하다과거에는 투기한 개인의 문제였다면, 지금은 투기가 가능하도록 만든 제도의 문제로 책임의 축이 이동했다이 논리는 결국 이익이 되지 않게 설계하겠다는 정책 정당성으로 이어진다.

  

왜 지금인가: 타이밍의 정치학

다주택자 양도세 유예 종료 시점(2026년 59)을 앞두고 이 메시지가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지금 팔면 괜찮고이후에는 손해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명확한 데드라인 신호다이 신호는 이미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매물은 증가하고, 관망세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금융 규제가 만든 시장의 역설

지금 부동산 시장의 본질은 가격이 아니라 참여 조건의 변화다. DSR 규제 강화 이후 대출 가능한 사람은 급감했고, 실수요자의 시장 진입은 어려워졌으며, 거래량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결국 시장은 ‘살 수 있는 사람만 사는 구조’로 재편되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20년 약 8만 건 수준에서 시작해 2021년을 전후로 감소 흐름으로 전환되었고 2022년에는 약 1.2만 건까지 급락하였다이후 20233.4만 건, 20245.5만 건, 20257.6만 건 수준까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는 정책 변화와 규제 완화에 따른 단기적 반등 성격이 강하며최근 다시 거래량이 둔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기준 최근 거래량은 신고 지연을 감안하더라도 2월 이후 감소세가 확인되고 있으며3월 거래량 역시 낮은 수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는 가격 안정이 아니라거래 자체가 위축된 ‘시장 경색’ 상태를 의미한다. 즉, 시장이 안정된 것이 아니라 참여할 수 있는 수요가 축소된 결과다.

  

그 사이에서 커지고 있는 또 하나의 시장

그러나 시장은 사라지지 않는다형태만 바뀔 뿐이다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부실채권(NPL) 시장이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규모는 16조 원 중반대(20256월 기준), 전년 대비 2조 원 이상 증가했다연체율 역시 0.53%에서 0.59%로 상승하며 부실이 양과 비율 모두에서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 기준 부실채권 규모는 약 16조 원 중반대 수준이지만부동산 PF 부실이 확대되면서 관련 잠재 부실자산은 빠르게 누적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자금의 이동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준다시장이 활황일 때는 자금이 개발매입으로 향하지만시장이 경색될 때 자금은 정리회수로 이동한다.

 

실제로 최근 시장에서는 신규 투자보다 부실자산 인수NPL 투자와 구조조정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투자 전략의 변화가 아니라시장이 성장 국면에서 리스크 관리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다.

  

진짜 문제: 누가 기회를 가져가는가

이 구조는 단순하다대출이 필요한 사람은 시장에서 밀려나고현금을 보유한 자산가는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확보한다

 

결국 규제는 투기를 없앤 것이 아니라,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을 바꿔버린 결과를 낳았다.

  

싱가포르 모델, 현실적인가

이 대통령은 싱가포르는 좁은 국토에 국민소득이 1인당 10만불에 가까운 나라지만 국민이 부동산투기로 고통받거나 국가발전이 저해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정부 산하 주택개발청(HDB) 중심 구조(국민의 약80%가 주택개발청 아파트에 거주)이다. 토지의 상당부분을 국가가 소유하고 분양·전매·대출 요건을 엄격히 관리하는 한편외국인·다주택자에 대해 추가취득인지세(ABSD)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수요 규제로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 이는 장기간 축적된 제도에 기반한다그러나, 단순히 규제 강화만으로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규제가 아니라 구조를 바로잡는 정책 설계다다음 세 가지 방향이 핵심이다.

 

1. 억제가 아니라 참여 균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정책은 시장을 줄이는 데 집중되어 있다그러나 시장은 축소의 대상이 아니라 건강하게 작동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는 완화하고투자 목적과 실거주 목적을 구분한 정교한 금융 정책이 필요하다진입 자체를 막는 정책은 결국 시장을 왜곡시킬 수밖에 없다.

 

2. 금융 규제와 함께 출구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지금처럼 대출은 막고 부실은 시장에 맡기는 구조는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부실채권(NPL) 시장에 대한 공정한 접근 구조를 마련하고개인과 중산층도 참여할 수 있는 회수·정리 시스템을 검토해야 한다금융기관 중심의 구조 역시 재설계가 필요하다

 

위기는 일부에게만 기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3. 규제가 아니라 공급과 구조 개편이 병행되어야 한다

싱가포르 모델의 핵심은 규제가 아니라 공급과 제도의 결합이다.

 

공공과 민간의 공급을 확대하고장기적인 주택 구조를 설계하며세금·금융·공급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규제만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

  

결론

지금의 부동산 정책은 표면적으로는 투기 억제를 말하지만실제 시장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대출은 막히고거래는 줄어들며부실은 늘어나고 있다그리고 그 기회는 결국 현금 보유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정부를 이기는 투자는 없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그 정책은 과연 시장을 정상화하고 있는가. 아니면 또 다른 왜곡을 만들고 있는가.

 

<기고 필자 의견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최병헌ㆍ경영학박사 / 비에이치파이낸스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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