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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방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현장소장과 대표이사에게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법인에는 5천만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춘천지방법원 2024. 8. 8. 선고 2022고단1445 판결). 이 사건은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이 내려진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현장소장은 사전 작업계획서 없이 철거작업을 시켰고, 관리감독자 배치, 보호구 지급, 비계 고정, 난간 설치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대표이사 역시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과 이행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더욱이, 사고 전부터 공공기관의 점검 결과 해당 현장에 안전난간과 아웃트리거가 미설치되어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법원은 이들의 과실과 법 위반 사실이 사망사고와 직접적인 인과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이유는 명확하다. 사고 이후의 책임 추궁이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에 시스템을 통해 예방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이 주로 현장 단위의 안전조치를 규정하고 그 책임을 현장 관리자에게 묻는 구조였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경영책임자에게까지 안전보건관리 의무를 부과한다. 이제는 대표이사, 즉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가 조직 차원에서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하고 실질적으로 운영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건설현장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대표적인 산업 분야다. 고소(高所)작업, 장비 전도, 구조물 붕괴, 감전 등 사고 유형이 다양하고 치명적인 만큼, 실제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사고의 절반 이상이 건설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법은 건설현장을 특히 엄격하게 규율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 특히 영세한 건설업체들에게 이 법의 요구를 온전히 이행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설계하고 문서화하며, 수시로 교육과 점검을 실시하고, 실질적으로 관리체계를 운영하는 데에는 인력과 비용이 수반된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일용직 근로자가 출입하는 현장에서, 몇 명의 실무 인력으로 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체계’를 완비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그렇다고 법의 기준이 낮아지지는 않는다. 위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노력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안전보건방침이 실제로 시행되지 않았고, 안전조치 매뉴얼조차 현장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실이 어렵다는 사정이 처벌을 면제해주는 사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 특히 중소 건설업체들은 반드시 사전에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고, 그 운영 실태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점검, 작업계획서 수립, 보호구 지급 및 착용 확인 등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아울러 중대재해 발생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보고 체계와 교육, 지침을 마련해두고, 점검과 개선 활동을 통해 해당 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행히 사고가 발생했다면, 그 순간부터는 법률 대응의 영역이다. 경영책임자나 법인은 반드시 전문적인 법률 자문을 받아 초기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단순한 과실 책임이 아니라 조직적 관리책임을 묻는 법률로, 입증과 반증의 구조가 복잡하고, 사실관계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초기 조사 단계에서의 진술, 관련 문서 제출, 개선 노력의 증빙 여부 등에 따라 형량은 물론이고 책임 범위 자체도 달라질 수 있다.
사고가 난 이후에는 이미 늦었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그 순간부터의 대응이, 기업의 평판과 생존, 경영진의 법적 책임까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침착하게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경영책임자로서 조치한 내용과 체계 운영 실태를 정리하며,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예방은 기본이고, 대응은 전략이다. 기업은 어느 한 쪽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우리 사회에 "안전은 곧 시스템이며, 시스템은 책임과 연결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 법이 경고하는 바는 분명하다.
"사고가 났을 때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모든 것이 끝날 수 있다." 하지만, 그때라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면, 그것이 다시 시작이 될 수도 있다.
- 現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 前 김∙장 법률사무소 - 前 육군법무관(특수전사령부) - 사법연수원 제47기 수료 (사법연수원장상 수상) - 제57회 사법시험 합격 -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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