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학 ∙ 경영학박사]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가 내놓은 ‘신경다양성 펠로우십’은 AI 시대의 인재 전략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이 프로그램은 자폐 스펙트럼, ADHD, 난독증 등 신경다양성을 가진 인재를 대상으로 한다.
흥미로운 점은 팔란티어가 이를 단순한 다양성 프로그램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공고에는 “This is not a diversity initiative”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배려 차원의 채용이 아니라, AI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채용이라는 뜻이다.
팔란티어가 주목한 역량은 패턴 인식, 비선형적 사고, 과집중이다. 과거 조직에서는 이런 특성이 때로는 ‘튀는 성향’이나 ‘조직 부적응’으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반복적 업무와 정형화된 분석을 빠르게 대체하는 시대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간에게 더 중요해지는 것은 정해진 절차를 성실히 따르는 능력보다, 서로 다른 정보 사이의 연결을 발견하고 남들이 보지 못한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다.
이 흐름은 이미 경영학에서도 논의되어 왔다. 로버트 오스틴과 게리 피사노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2017년 '신경다양성은 어떻게 경쟁우위가 되는가'에서 신경다양성을 복지나 포용의 문제를 넘어 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자폐 스펙트럼이나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이 패턴 인식, 기억력, 수학적 사고, 세밀한 분석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일 수 있음에도 기존 채용 방식에서는 면접 태도나 사회적 소통 방식 때문에 쉽게 배제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업이 스스로 혁신 인재를 놓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이제 평가는 정답을 얼마나 빨리 찾는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같은 데이터를 보고 남들이 놓친 패턴을 발견하는 능력,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을 연결하는 능력, 당연한 전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능력, AI가 내놓은 답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을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알고 있는가”보다 “어떤 관점에서 문제를 다시 정의하는가”이다.
문제는 이런 인재들이 조직 안에서 자주 오해받는다는 점이다.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때로 ‘불편한 사람’, ‘튀는 사람’, ‘말이 많은 사람’으로 보인다. 그래서 미래 조직의 과제는 단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채용하는 데 있지 않다. 그들이 던지는 질문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설계하는 데 있다.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 몰입 방식의 차이를 인정하는 업무 구조, 결과 중심의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산업화 시대의 조직은 평균적 인간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방식으로 보고하고,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는 사람이 좋은 인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평균적인 사고가 가장 먼저 자동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경쟁력은 “얼마나 똑같이 잘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다르게 연결하는가”에서 나온다.
물론 모든 신경 다양성 인재가 자동으로 혁신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이들의 특성을 성과 도구로만 소비한다면 또 다른 착취가 될 수도 있다. 핵심은 특별 대우가 아니라, 다름이 실력으로 발휘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결국 미래 조직은 ‘잘 맞는 사람’을 찾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아직 아무도 보지 못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미래를 먼저 발견할 수 있다.
<참고 자료> Austin, R. D., & Pisano, G. P. (2017). Neurodiversity as a competitive advantage. Harvard Business Review, 95(3), 96-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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