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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성학 혁신전략] 우리는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는가

혁신적 사고를 유도하는 '우연한 만남'의 설계

심성학ㆍ경영학박사 | 기사입력 2026/06/25 [12:15]

[심성학 혁신전략] 우리는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는가

혁신적 사고를 유도하는 '우연한 만남'의 설계
심성학ㆍ경영학박사 | 입력 : 2026/06/25 [12:15]

 

[심성학 ∙ 경영학박사] 매일 같은 자리에서 몇 시간째 보고서를 붙잡고 있어도 좀처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다 커피 한 잔을 마시러 나갔다가 우연히 만난 동료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는 경험을 하곤 한다. 많은 사람은 이를 우연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일하는 공간 자체가 사고방식과 창의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직원들을 칸막이 안에 가둔다. 소통과 협업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사람과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는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 그러나 혁신은 혼자 있는 책상보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접점에서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MIT의 토마스 알렌은 조직 내 의사소통과 물리적 거리의 관계를 연구해 이른바 ‘알렌 곡선(Allen Curve)’을 제시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소통 빈도는 급격히 감소한다.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도 물리적 거리는 여전히 중요한 변수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공식 회의보다 복도나 카페, 탕비실 같은 비공식적 공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던 사람이 스티브 잡스였다. 그는 픽사 본사를 설계하면서 건물 중앙에 거대한 광장을 만들고 우편함, 카페, 회의실, 화장실을 모두 그곳에 배치했다. 애니메이터와 프로그래머, 시나리오 작가가 하루에도 여러 번 마주치도록 설계한 것이다. 잡스는 혁신이 개인의 천재성보다 사람들 사이의 우연한 만남에서 더 자주 탄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늘날 혁신기업들이 공간 설계에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멋진 인테리어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대화하며 서로 다른 지식이 교차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혁신은 결국 새로운 연결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간만 바꾼다고 혁신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많은 기업이 개방형 사무실과 라운지를 도입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간은 바뀌었지만 문화는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상사가 라운지에 앉아 있는 직원을 보며 눈치를 주고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조직이라면 아무리 좋은 공간도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공간 혁신의 핵심은 인테리어가 아니라 사람이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의견을 나누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공간은 비로소 혁신의 플랫폼이 된다. 자율성과 신뢰, 심리적 안전감이 뒷받침될 때 우연한 만남은 의미 있는 협업으로 발전한다.

 

기업의 경쟁력이 기술이나 자본만으로 결정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사람들의 연결과 집단지성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사무 공간은 단순한 업무 장소가 아니다. 조직의 철학과 전략이 담긴 그릇이며, 혁신이 자라는 토양이다.

 

많은 경영자는 혁신을 위해 더 많은 회의를 연다. 그러나 혁신기업들은 오히려 사람들이 회의하지 않는 시간을 설계한다.

 

▲ 심성학 · (前)기술보증기금 인천지역본부장,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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