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곤의 사업은 구조다] 은행은 왜 경영자가 보는 숫자와 다르게 볼까매출과 이익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금융기관의 판단 기준
[김환곤 · 경영지도사] 경영자가 답답함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매출도 늘었고, 이익도 나고 있고, 사업도 예전보다 훨씬 자리를 잡은 것 같은데 정작 은행의 반응은 기대와 다를 때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이 정도면 회사가 꽤 좋아진 것 아닌가.”
실제로 회사 안에서 보면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 거래처가 늘고, 조직이 커지고, 손익도 예전보다 나아졌다면 사업이 한 단계 올라섰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은행은 같은 회사를 보고도 다른 질문을 던진다. 매출이 늘었는가보다 그 매출이 실제로 현금으로 잘 돌아오고 있는가를 보고, 이익이 나는가보다 그 이익이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는가를 본다.
경영자가 성장의 방향을 본다면, 은행은 그 성장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본다. 이 차이는 단순한 태도의 차이가 아니다. 애초에 회사를 바라보는 자리와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회사를 안에서 본다. 지금 시장이 어떤지, 거래가 얼마나 늘고 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 수 있을지를 먼저 본다.
반면 은행은 회사를 밖에서 본다. 이 회사가 약속한 돈을 제때 갚을 수 있는지, 조금만 상황이 흔들려도 버틸 수 있는지, 좋을 때가 아니라 나쁠 때도 견딜 수 있는 구조인지부터 본다. 그래서 같은 숫자도 의미가 달라진다.
경영자에게 매출 증가는 성장의 신호다. 하지만 은행에게 그것은 외상매출금이 더 늘어나는 구조인지, 운전자금 부담이 함께 커지는 상황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숫자일 수 있다. 경영자에게 이익은 성과의 증거다.
하지만 은행에게 그것은 실제 상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하는 숫자다. 경영자는 흔히 “우리는 계속 좋아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은행은 그 말보다 먼저 “그 좋아지는 흐름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까”를 묻는다.
바로 이 차이 때문에 경영자는 은행이 회사를 너무 보수적으로 본다고 느끼고, 은행은 경영자가 회사를 너무 낙관적으로 본다고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둘 중 누구의 판단이 더 맞는가를 따지기보다, 왜 시선이 달라지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경영자는 회사를 키워야 하는 사람이고, 은행은 빌려준 돈이 돌아올 가능성을 따져야 하는 사람이다.
한쪽은 앞으로의 기회를 보고, 다른 한쪽은 그 기회가 흔들릴 때의 위험까지 함께 본다. 그래서 사업은 내부의 시선만으로 읽어서는 충분하지 않다. 경영자가 보기에 괜찮은 회사와 은행이 보기에 버틸 수 있는 회사는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를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좋은 숫자가 아니라 신뢰받는 구조다. 사업은 안에서 좋아 보이는 것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밖에서 보아도 버틸 수 있다고 인정받을 때 비로소 자금이 따라오고, 성장의 기회도 함께 열린다.
우리은행에서 심사역과 지점장으로 근무했고, 미국법인 우리아메리카은행에서 여신지원본부장, 뉴욕본부장을 지내며 여신심사와 구조조정 등 국내외 기업금융 업무를 폭넓게 경험했다. 퇴직 후에는 법정관리기업에서 CRO, 감사로 활동하며 기업의 회생 구조를 현장에서 경험했다. 기업 거래, 심사, 회생, 관리업무 등에서 축적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자와 중소기업 대표가 반드시 알아야 할 돈과 구조의 원리를 실무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경영지도사, 회생기업 경영관리사, 신용상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성대학교 대학원 컨설팅학석사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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