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기 경영칼럼] 안암동 번개맨에서 AI 플랫폼 기업까지… 시장은 빠르게 움직이는 자의 편이다수요 발굴부터 고객 대응까지, 치열한 경쟁 시대에 필요한 것은 '빠른 적응력'
[윤진기 ∙ 경영지도사, 경영학박사] 예전에 서울 안암동 일대에는 '번개맨'으로 불리던 중국집 배달원이 있었다. 머리띠를 두르고 오토바이를 타고 누구보다 빠르게 짜장면을 배달했다. 학생들은 그를 기다렸고, 언론은 그의 이야기를 소개했었다. 대학 강단에 초청돼 특강을 할 정도로 그는 유명인사가 됐다.
당시 사람들은 그가 유명해진 것은 단순히 '배달을 빨리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본질은 조금 다르다. 번개맨은 고객이 무엇을 가장 불편해하는지 정확히 파악했다. 음식의 맛은 대부분 비슷했지만 고객은 배달 시간을 기다리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그는 그 문제를 해결했고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오늘날 기업 환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기업이 혁신적인 기술과 차별화된 제품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시장은 고객의 작은 불편을 얼마나 빨리 해결하는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AI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경쟁의 기준은 품질뿐 아니라 대응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예전에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기다리면 고객이 찾아왔다. 지금은 고객의 요구가 실시간으로 변한다. 어제의 성공 공식이 오늘은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기업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찾는 것조차 어렵고, 찾았다 하더라도 적절한 시점에 대응하지 못하면 경쟁사에게 기회를 내어준다.
최근 서비스 산업에서 나타나는 경쟁도 마찬가지다. 고객은 더 빠른 상담, 더 정확한 정보, 더 개인화된 서비스를 원한다. 기업들은 수요를 발굴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과 AI를 활용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얼마나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느냐이다.
시장에는 늘 새로운 번개맨이 등장한다. 거창한 혁신을 외치는 기업이 아니라 고객의 변화된 요구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가장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이다. 시장은 완벽한 기업보다 민첩한 기업을 선택한다.
경영의 핵심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아니다. 변화가 나타났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번개맨의 오토바이가 상징했던 것은 단순한 속도가 아니라 고객을 향한 민감성과 실행력이었다.
생성형 AI와 디지털 전환이 경영의 화두가 된 지금도 시장의 원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안암동 골목을 누비던 번개맨이 고객의 시간을 줄여주며 경쟁력을 만들었듯, 오늘날 기업들도 고객의 불편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가장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AI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번개맨의 이야기가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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