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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오정환 변호사, AI로 직접 소송을 해본다면, 어디까지 가능한가

완벽한 법률 분석 이후에도 남는 변호사의 역할

오정환 ∙ 변호사 | 기사입력 2026/06/09 [08:30]

[법률칼럼] 오정환 변호사, AI로 직접 소송을 해본다면, 어디까지 가능한가

완벽한 법률 분석 이후에도 남는 변호사의 역할
오정환 ∙ 변호사 | 입력 : 2026/06/09 [08:30]

 

[오정환∙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앞선 글에서 AI 시대 변호사의 자리를 두 가지로 정리했다. 변호사는 자기 자문의 결과에 직업적 책임을 지는 사람이고, 법률 시장 안에서 사건을 끌고 가는 행위자라는 것이다. 이번 글은 그 명제를 가장 가혹한 조건에서 시험한다. AI가 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인정한 뒤에도, 변호사의 자리가 남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중소기업 대표 K씨가 거래처로부터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6개월간 납품해 온 거래처가 갑자기 "제품에 하자가 있었다"며 미수금 지급을 거부하고 거래를 끊었다. 손해가 크다. K씨는 AI에게 사건을 맡긴다.

 

여기서 가능한 최대치를 가정해 보자. K씨는 거래처와 주고받은 수백 건의 메시지를 하나도 빠짐없이 입력한다. 통화 녹음 파일도 모두 넣는다. 회의 녹취, 심지어 사장끼리 만난 식사 자리의 대화까지 녹음된 것을 전부 변환해 입력한다. AI는 이 방대한 자료를 사람보다 빠르고 누락 없이 읽어낸다.

 

그리고 AI는 완벽에 가까운 분석을 내놓는다. 청구원인과 입증 요건을 정리하고, "다음부터 주의하겠다", "검토해 보겠다"처럼 상대방이 채무불이행 정황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위험 표현을 정확히 짚어낸다. 녹음에서 확인된 구두 합의가 K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상대방이 꺼낼 만한 항변도, 예상 승소 가능성도 제시한다.

 

솔직히 인정하자. 이 분석은 웬만한 변호사의 사건 검토에 뒤지지 않는다. 정보를 충분히 넣으면 AI가 분석을 해낸다는 사실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다. 그러니 반박하지 않겠다. 오히려 그 전제를 끝까지 밀어붙인 위에서 묻겠다. 그래서, 그다음은 무엇인가.

 

K씨는 완벽한 분석을 손에 들고 직접 소송에 나선다. 그리고 이 지점부터, 분석이 끝난 자리에서 사건이 비로소 시작된다.

 

AI는 "가압류를 검토하라"고 했다. 그런데 가압류를 본안 소송 전에 걸 것인가 후에 걸 것인가, 상대방의 어느 계좌와 자산을 대상으로 할 것인가, 그 판단의 결과는 K씨가 짊어진다. AI는 "이 시점에 합의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상대방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합의 의사를 타진하고, 그쪽의 다급함을 목소리에서 읽어내고, 금액의 첫 숫자를 누가 먼저 꺼낼지를 정하는 것은 분석이 아니라 협상이다.

 

AI는 "이 진술이 유리하다"고 했다. 그러나 변론기일에 출석해 재판부의 미묘한 반응을 실시간으로 읽고, 준비한 카드를 그 자리에서 바꾸고, 증인을 설득해 법정에 세우는 것은 출력물이 아니라 행위다. K씨가 손에 든 분석이 아무리 완벽해도, 그 분석을 현실에서 실행하는 주체로 시장 안에 들어설 사람은 K씨 자신뿐이다. 그리고 K씨는 그 시장에 처음 들어선 사람이다.

 

여기서 1편의 두 명제가 그대로 작동한다. 첫째, 책임의 자리다. AI가 "승소 가능성 70%, 이 전략으로 가라"고 답했고 그 전략대로 갔다가 패소하면, AI는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손실은 전부 K씨가 진다. 변호사가 같은 전략을 권했다면 그 자문의 품질에 손해배상 책임과 평판을 건다. 이 차이는 정보의 양과 무관하다. 녹음본을 아무리 넣어도 AI는 자기 조언의 결과에 책임지는 위치로 이동하지 않는다. 책임지지 않는 자의 '70% 승소'와 책임지는 자의 '70% 승소'는, 같은 문장이지만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진다. 의뢰인이 그 판단에 자기 사업을 걸 수 있는 것은, 그 판단을 한 사람도 무언가를 함께 걸고 있을 때다.

 

둘째, 시장 안에서 움직이는 자리다. 가압류 신청서를 제출하고, 상대방과 협상하고, 법정에서 실시간으로 판단을 바꾸는 일은 분석의 결과물이 아니라 시장 안에서 벌어지는 행위다. AI에게 모든 녹음을 입력해도, AI가 법원에 출석하거나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거나 서면을 제출하지는 못한다. AI는 분석의 주체이지, 행동의 주체가 아니다.

 

그러므로 AI의 한계를 분석 능력에서 찾으려는 시도는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든 것이다. AI는 분석을 점점 더 잘하게 되고, 정보를 더 많이 넣을수록 더 정확해진다. 변호사의 자리를 분석에서 찾으면 그 자리는 갈수록 좁아진다. 변호사의 자리는 분석 너머에 있다. 분석이 끝난 자리에서 사건을 실제로 움직이고, 그 움직임의 결과에 자기를 거는 영역. 그 영역은 AI가 더 똑똑해진다고 침범되지 않는다. 오히려 AI가 분석을 더 잘 맡아줄수록, 변호사는 그 너머의 일, 곧 행동하고 책임지는 일에 더 깊이 집중하게 된다.

 

다음 글에서는 한 걸음 더 들어간다. 모든 변호사가 이제 AI를 활용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변호사들 사이의 차이는 어디에서 발생하는가. 그 차이 역시 누가 더 분석을 잘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깊이 행동하고 책임지는가에서 갈린다. 그 경계를 다음 글에서 짚는다.

 

▲ 오정환 ∙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 現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 前 김∙장 법률사무소

- 前 육군법무관(특수전사령부)

- 사법연수원 제47기 수료 (사법연수원장상 수상)

- 제57회 사법시험 합격 

-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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